스토리콜렉터는 우리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결핍의 얼굴과 정면할 때, 역설적이게도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어루만지면, 어느덧 행복이 선명해지곤 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뚜렷하게 만드는 곳 자세히보기

스토리콜렉터의 이야기/도깨비의 하루 5

도깨비의 하루: 소소한 행복을 놓치는 순간들

큰 행복이 거센 강물처럼 삶에 밀려와, 근심 걱정 없이 하루 종일 웃음만 가득하길 바라는 날이 많아져요.행복이란 걸 생각하면 왠지 큰 무언가를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 소소한 행복은 가득한데도 말이죠.문제는, 그걸 자꾸 놓치고 산다는 건데요.별다른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은 종종 있는데,그 작은 순간들을 자꾸 흘려 보내다보니,우리는 어쩌면 행복에 더 목말라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행복의 순간, 꽉 붙들기찬 바람 불 때, 손끝까지 시린 그런 날, 호호 불며 마시는 포장마차의 오뎅국물.집 근처 카페로 나가, 차를 느긋하게 마시며, 오랜만에 책을 펼쳐 페이지를 넘길 때.긴 하루 끝, 집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고, 샤워를 끝내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이불에 풀썩.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하..

도깨비의 하루: 그리움의 뒷이야기

이별이라는 건, 조용히 내리는 비와 닮았다.언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를 만큼 서서히 스며들고,어느새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아버리기 때문이다. 남겨진 사람은 빗방울의 잔향을 붙잡으며그리움이라는 무게를 안고 살아가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움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고, 쉽게 내려놓을 수도 없다.머리맡에 남은 그 사람의 흔적은 때로는 반가움으로, 때로는 가시처럼 찾아온다.     흩어진 흔적들 마치 거미줄에 걸린 작은 날벌레처럼 벗어나기 쉽지가 않다.떠난 사람의 흔적은 문득문득 포식자의 그림자처럼 그늘을 들여온다. 함께 걸었던 골목, 함께 바라봤던 창문 너머의 풍경,그리고 서로 마주 보며 웃음 짓던 작은 순간들까지. 그렇게 흩어진 추억들이 모여서 나를 꽁꽁 옭아맨다.작은 바람이 파도처럼 일때,나는 추억에 붙들려..

바스락한 그리움, 가을 캠핑 이야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해가 떠오르는 아침에는 코가 살짝 시린 가을,붉게 물든 단풍이 아직은 떨어지기 전이다. 나는 캠핑을 잘 모른다.그런데 캠핑은 봄, 가을, 겨울에 하는데그중에서 가을 캠핑이 최고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나와 달리,신나서 내게 가을 캠핑에 대해 조잘거리던 벗이 한 명 있었다.기억하며, 바스락한 그리움을 한 조각을 꺼내보았다.     가을밤, 캠핑장의 따뜻한 모닥불 찰나 같은 가을 아침, 한강을 따라 부는 바람은 더욱 차가웠다.오랜만에 벗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에전날 밤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가을 캠핑이 그렇게 좋다던 이야기를캠핑장에 도착할 때까지 조잘거리던 벗과 캠핑장에 도착했다.붉게 물든 나뭇잎들이 발 끝에서 사각사각 소리를 냈고,하늘은 이내 별들로 빽빽하게 채..

도깨비의 하루: 소중한 이야기들

나의 이야기를 뚜렷하게 전달하고,소소한 일상을 보듬아주는 세상이 너무 사랑스럽다.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든든하게 버텨준 이들 덕분이다.숨 가쁜 드라마를 연출해 왔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다. 장편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도우리는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고자 한다.10월 9일, 오늘의 바로 그날이다. 기념하며 이야기를 하나 꺼내볼까 한다.   시나브로: 다정함이 스며들다맞춤법이 서툴러,남 앞에서 글씨 쓰는 것을 부끄러워했다.그래도 우리 엄마는 항상 내게 마음을 썼다. 그래도 우리 엄마 글씨는 한상 단정했다.엄마를 꼭 닮았다.[전자래인지에 5분 데펴 먹어.] 언제나 부드럽고 단정하게꾹꾹 눌러 담은 그 마음 조각을 때때로 가벼이 대했다.괜스레 마음이 시큰시큰하다.꼭 죄를 지은..

도깨비의 하루: 불완성의 완성

하늘님과 시험에 통과한 곰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태초에 단군이 나라를 세우고 하늘이 열린 날이다. 비와 바람, 그리고 구름의 신과 함께태백산 자락에 내려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했다고 한다. 옛 이야기 지줄대는 것으로오늘은 아침부터 리큐르로 발끝까지 적실 수 있다.언제나 우울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언제나 불안은 내 옆자리에 앉아있다. 이렇게 빨간 날, 나 또한 멈추는 것을 외치고 있지만감정들이 성난 파도처럼 세차게 밀려온다.     해: 시간을 느끼다이무기로 1,000년을 살면 용으로 변한다던데,인간으로 100년도 채 살지 못한 탓인가보다. 가을임에도 유난히 햇살이 뜨겁다 못해 따갑다. 지금이야말로 챕터 2로 넘어갈 때,일단 기운을 내야 한다.절망과 무력감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켜야 한다. 해가 땅끝 밑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