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콜렉터는 우리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결핍의 얼굴과 정면할 때, 역설적이게도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어루만지면, 어느덧 행복이 선명해지곤 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뚜렷하게 만드는 곳 자세히보기

스토리콜렉터의 이야기/도깨비의 하루

도깨비의 하루: 소중한 이야기들

주인도깨비 2024. 10. 9. 10:30

 

나의 이야기를 뚜렷하게 전달하고,

소소한 일상을 보듬아주는 세상이 너무 사랑스럽다.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든든하게 버텨준 이들 덕분이다.

숨 가쁜 드라마를 연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다.

 

장편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고자 한다.

10월 9일, 오늘의 바로 그날이다.

 

기념하며 이야기를 하나 꺼내볼까 한다.

 

 

 

시나브로: 다정함이 스며들다

맞춤법이 서툴러,

남 앞에서 글씨 쓰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우리 엄마는 항상 내게 마음을 썼다.

 

그래도 우리 엄마 글씨는 한상 단정했다.

엄마를 꼭 닮았다.

[전자래인지에 5분 데펴 먹어.]

 

언제나 부드럽고 단정하게

꾹꾹 눌러 담은 그 마음 조각을 때때로 가벼이 대했다.

괜스레 마음이 시큰시큰하다.

꼭 죄를 지은 사람마냥 마음 한 구석이 콕콕 쑤신다.

 

 

 

마음결: 마음이 지나가는 기운이나 느낌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이제는 지난 달력의 뒷장은 필요 없어졌다.

엄마는 이제 달력 조각에 메모를 남기지 않는다.

 

하루의 수십, 수백 통 주고받는 메시지 사이에

가장 따뜻하고 묵직한 알림이 울린다.

이제는 문자가 온다.

[밥 먹 을거야.]

 

눈이 침침하고 자판이 너무 작다며,

엄마는 스마트폰에 대고 항상 말을 한다.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어른거리는 듯하다.

 

 

 

달보드레: 보드랍고 달콤한 관계

생각해 보면 퍽 사랑받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날 선 말들 사이에 꽃처럼 피어난 다정한 문장의

따뜻한 온도에 미소 지었던 날들이 많다.

 

메일을 보낼 때마다, 항상 감사하다는 담당자의 인사.

한동안 가위를 빌려갔던 동료가 전해준 귀여운 쪽지.

나의 발걸음을 응원하는 따뜻한 메시지.

쌀쌀해진 날씨에 옷차림을 걱정하는 친구의 연락.

 

몽글거리는 마음은 살구빛과 분홍색이 섞여있는

노을의 색을 닮은 것 같다.

 

 

 

빛깔: 이야기의 온도

어떤 이야기든 특유의 빛깔을 띄고 있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이야기는 희망찬 개나리 색을,

우울에 잠식된 이야기는 짙은 파도의 색을,

귀여운 고백의 이야기는 분홍빛의 벚꽃 색을,

머쓱하게 사과하는 이야기는 매끈한 비취색을 닮았다.

 

깊고 얕은 색들이 겹겹이 쌓여 세상이 만들어지고,

여러 단어들이 모여 지금이 태어났나 보다.

 

 

 

반듯한 선에 네모와 동그라미가

마구 그려진 글자들이 모여 이야기가 된다.

 

나는 이야기에 모양을 더하는 중이다.

불안함을 가라앉히는 이야기에

달큼한 하품을 하는 밤도깨비의 모양을,

지친 마음에 활기를 더하는 이야기에

행운을 전해주는 낮도깨비의 모양을.

 

매번 어떤 모양을 그려 넣을까 고민한다.

내가 그리고 써 내려가는 것들이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게

다가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