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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콜렉터의 이야기/도깨비의 하루

바스락한 그리움, 가을 캠핑 이야기

주인도깨비 2024. 10. 14. 10:30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해가 떠오르는 아침에는 코가 살짝 시린 가을,

붉게 물든 단풍이 아직은 떨어지기 전이다.

 

나는 캠핑을 잘 모른다.

그런데 캠핑은 봄, 가을, 겨울에 하는데

그중에서 가을 캠핑이 최고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나와 달리,

신나서 내게 가을 캠핑에 대해 조잘거리던 벗이 한 명 있었다.

기억하며, 바스락한 그리움을 한 조각을 꺼내보았다.

 

 

 

 

 

가을밤, 캠핑장의 따뜻한 모닥불

 

찰나 같은 가을 아침, 한강을 따라 부는 바람은 더욱 차가웠다.

오랜만에 벗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에

전날 밤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가을 캠핑이 그렇게 좋다던 이야기를

캠핑장에 도착할 때까지 조잘거리던 벗과 캠핑장에 도착했다.

붉게 물든 나뭇잎들이 발 끝에서 사각사각 소리를 냈고,

하늘은 이내 별들로 빽빽하게 채워졌다.

 

모닥불을 피우고, 별들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추억 한 편

 

사실 벗과 매년 가을마다 작은 추억을 쌓아왔다.

함께 걷던 단풍길,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차가운 바람결에도 뭐가 그리 좋았던지.

 

하지만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렇게 한 시절을 같이 써내려 간 채

각자 페이지를 적어간 지 오래였다.

 

서로가 비어있는 그 시절은 어땠는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우리가 같이 써 내려간 페이지에 대해

밤새 고장 난 라디오처럼 반복해서 조잘거렸다.

 

 

 

추억을 담아 불꽃 속으로

 

모닥불이 점차 사그라들 무렵,

다른 사람들은 하나둘씩 텐트로 돌아갔다.

 

나와 친구는 덩그러니 남아,

바람에 흩날리는 가을 낙엽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그 시절이었나 보다.

과거는 추억을 담아 불꽃 속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바람에 스치는 그리움


그렇게 또다시 해가 떠오르고,

우리는 불꽃 속에 그 시절을 잠시 태워버렸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오는 묘한 서늘한 감정에 잠겼다.

 

불꽃은 점점 약해졌지만,

아련함은 더욱 짙어졌다.

 

캠핑장을 감싸는 가을 냉기에 다시 한번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차갑게 불어오는 아침바람이 그리움처럼 우리 옆을 스쳐 갔다.

우리 기억은 여전히 가을 하늘 아래 머물러 있었다.

그리움은 시간 속에 흐르면서,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우리는 서로 여유가 된다면,

다시 이 가을을 찾아오자고 했다.

 

언젠가 이 가을 캠핑도 지나간 추억과 그리움까지 섞여,

우리가 그리워했던 그날이 될 것이라는 직감과 함께.

기억은 가을을 넘어,

곧 불어닥칠 겨울의 냉기와 함께 더욱 깊어져간다.

 

이 기억을 잠시 추억하며, 낙엽을 하나 주웠다.

그날의 흔적은 꺼내볼 때마다 마음을 따뜻하게 울린다.

 

주은 낙옆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