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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콜렉터의 이야기/도깨비의 편지

도깨비의 편지: 영주에게

주인도깨비 2024. 12. 17. 10:30

 

 

 안녕하신가요, 영주. 언제나처럼 당신의 방 한구석,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머물며 조용히 당신의 하루를 지켜보는 도깨비입니다. 오늘도 당신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죠. 이른 햇살에 깨어난 당신의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어딘가 초점을 잃었다가, 차츰 하루의 틀을 잡아가며 맑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이 제겐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쩌면 이렇게 복잡하고도 아름다운가, 생각하며 말이에요.

 

 오늘은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사실, 한참 고민했답니다. 이런 편지가 당신에게 필요할까? 혹여 부담이 되진 않을까? 하지만 며칠 전 당신이 책상 앞에 앉아 누군가를 생각하며 웃던 모습, 그리고 이내 그 웃음 끝에 피어오르던 걱정을 보며 결심했어요. 첫사랑에 빠진 당신을 위해 몇 마디 적어야겠다고요. 어차피 이 편지는 영주, 당신에게 닿지 않겠죠.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동시에 가장 미묘한 감정일지도 모르겠어요. 처음으로 누군가를 마음 깊이 품게 되었을 때, 사랑에 빠진 사람의 심장은 전혀 새로운 리듬으로 뛰기 시작하죠. 그건 마치 봄날의 바람이 겨울 끝자락을 살며시 밀어내는 순간 같아요. 혹은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이 갑자기 더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 같기도 하고요. 영주, 당신의 마음은 지금 그런 빛으로 가득 차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항상 부드럽고 따스하기만 한 건 아니겠죠. 때로는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데 망설여지는 순간이 있기도 하고, 상대의 작은 말이나 행동에 사소한 의문을 품게 되기도 하죠. 사소한 물음들이 머릿속에 끝없이 맴돌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영주, 제가 당신 곁에서 오랜 세월을 지켜본 바로는, 그런 물음들은 오히려 당신이 얼마나 진지하게 사랑을 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랍니다.

 

 사랑이란 건 어느 누구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요. 사람마다, 순간마다 그 모양이 다르거든요. 그러나 제가 분명히 아는 건 하나 있어요. 사랑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소중하다는 겁니다. 그것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말이에요. 사랑은 당신이라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꽃을 피우며, 당신을 조금 더 넓고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사랑이 당신을 바보로 만들지 않을까 염려하지도 말고요. 오히려 그 감정은 당신에게 새로운 지혜와 용기를 선사할 테니까요.

 

 그리고 하나 더. 사랑은 혼자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에요. 사랑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영주, 당신이 느끼는 떨림과 설렘, 그리고 작은 걱정들은 상대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천천히, 하지만 진솔하게 다가가 보세요. 거짓 없이 당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답니다.

 

 마지막으로, 영주. 사랑에 빠진 당신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고 있나요? 당신이 거울 앞에서 옷깃을 매만질 때의 신중함, 문득 혼자 미소 지을 때의 따스함, 상대에게 보내는 짧은 메시지에 담긴 조심스러움까지. 그런 모든 순간들이 사랑의 일부예요. 그러니 그 감정을 마음껏 느끼고, 그 속에서 당신 자신을 발견해 보세요.

 

 제 이야기가 당신에게 위안과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언젠가 당신이 다시 편안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면, 그걸로 저는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

 

 

 

언제나 당신 곁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당신의 도깨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