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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콜렉터의 이야기/도깨비의 편지

당신의 아픔을 응원해요.

주인도깨비 2024. 12. 31. 10:30

새로운 해의 아침은 공기가 다르다고 하죠. 찬 바람 속에서도 어디선가 온기가 묻어 나오는 것 같고, 길모퉁이마다 새로운 시작의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아요. 나는 이 편지를 읽는 당신이, 2025년 첫 아침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사랑했던 그 사람을 떠올렸을까요? 아니면 모든 것들이 새로워지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에 더 집중할까요?

 

이별은 꼭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이 얼어붙고, 주변의 소리가 희미해지며, 자신의 숨소리만 크게 들리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겨울은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시간이에요. 눈 밑의 땅에서는 새싹이 움트고, 얼어붙은 나뭇가지 속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기다리고 있죠. 그러니 지금 당신의 아픔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고통이 아니라, 당신 안의 무언가를 자라게 하는 과정임을 잊으면 안돼요.

 

평범이라는 기준은 참 모호해요, 영주. 아마도 당신은, 당신의 사랑은 평범이라는 잣대와 조금 동떨어진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내가 본 영주의 마음은 용감하고 맑았답니다. 마치 눈 덮인 들판에 홀로 피어난 동백꽃 같았어요. 붉고 아름다운 꽃잎은 세상의 차가운 바람을 견디며 더 강해지고, 더 빛이 나죠. 보통의 사랑과 다름없었어요. 비록 지금은 그 꽃이 시들어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너무 겁먹지 말아요.

 

아픔을 겪는 지금, 당신의 마음은 비에 젖은 숲 같을 거예요. 차갑고 눅눅한 공기가 가득 차고, 발밑의 흙은 질척거리겠죠. 하지만 숲은 비를 통해 다시 숨을 쉬어요. 나무는 더 깊은 뿌리를 내리고, 마른 잎은 새로운 양분이 되어 흙을 기름지게 해요. 그러니 지금 당신이 느끼는 눈물과 슬픔도 당신의 마음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새해의 첫날은 다짐을 시작하기에 좋은 날이지만, 어떤 해는 그냥 지나가게 두는 것도 괜찮아요. 당신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억지로 새로운 다짐을 하지 않아도 돼요. 대신, 지금의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사람들은 종종 아픔을 단순히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여겨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이 아픔을 응원하고 싶어요. 아픔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대단하고, 이미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당신의 슬픔은 비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처럼 보이겠지만, 그 속에는 나무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있답니다.

 

새해의 첫눈이 내리는 날, 밖으로 나가보세요. 눈송이는 하늘에서 내려올 때 서로 얽히고, 땅에 닿아서도 사라지는 듯 흩어지죠. 하지만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세상을 하얗게 덮으며 아름다움을 남겨요. 당신의 사랑도 그러했을 거예요. 비록 지금은 끝난 것처럼 느껴져도, 당신의 마음에는 그 사랑이 남긴 아름다움이 남아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기억은 앞으로 당신이 또다시 사랑할 용기를 줄 거예요.

지금은 자신에게 시간을 주세요.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듯, 당신의 마음도 언젠가는 다시 피어날 거예요. 그리고 그때는 아픔을 껴안은 당신이 더 단단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설 거라고 믿어요.

 

끝으로, 새해에는 이 말을 꼭 기억했으면 해요.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법을 알고, 새해는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온답니다. 당신도 그래요. 당신은 다시 사랑할 수 있어요.”

 

 

 

찬란한 아침 햇살이 당신의 마음을 비추기를 바라며,

도깨비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