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룩한 시작, 원래 일이 시작되기 전이 가장 설레는 법이죠. 거리마다 반짝이는 조명은 마치 사람들의 마음속의 빈 공간을 비추는 듯합니다.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동일 선상을 향해 있지 않을 때, 상대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할 때, 안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어요.
겨울밤, 난데없이 피어나는 안개처럼 감정이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고, 안갯속을 헤매면서도,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입꼬리 낚시
님의 눈빛이 잠시 다른 사람을 향할 때, 내 마음도 상대를 따라잡으려 무던히도 애썼습니다. 나의 끓어오르는 열정만큼, 당연히 상대도 나를 그만큼 사랑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확신이 점차 쇠약해질 무렵, 불안이라는 씨앗이 바람에 나풀거리며 제게 떨어졌습니다. 그 씨앗은 금세 자라 불안의 나무로 성장했죠. 결국 저는 순수한 웃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숨겨진 의미를 파헤지기 시작했고, 오로지 나를 위한 웃음만을 강요하기 시작했어요. 입꼬리를 낚아채려고 할 때마다, 결국 상대는 지친 듯 미끼를 찾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에 잔뜩 성이 났습니다.
얼굴을 드러내다.
상대가 다른 사람에게 보낸 미소를 보았을 때, 내 마음에 조용히 녹아든 질투는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끓어오르는 화산 같았어요. 바다를 태워버릴 듯하게 끓어올랐고, 잿빛 수증기를 계속 내뿜었습니다.
그저 보통의 일상인데, 들끓는 마음속에서 숨을 몰아쉬기조차 버거웠어요. 어떤 관측도 수백, 수천 미터 아래 바닷속을 들여다보기 어렵고 심해를 계속 살펴볼 순 없는 것처럼, 저 깊은 곳에서 용암이 끓어오르는지, 혹은 파도가 그냥 넘실거리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겨우 숨을 들이마시고 내 쉴 뿐이었어요. 나에게 보내는 눈빛 속에서 다른 사람의 흔적을 찾으며, 그저 그 파도 위를 부유하고 있었죠.
진심과 불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브의 밤, 내 마음속 불안의 진폭은 점점 빠르게 커져갔습니다. 이런 내 모습을 들키기 싫어 도망가고 싶기도, 또 이 마음을 다 들켜버린 채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기도 했어요.
스스로를 좀 먹으면서 그렇게 질식하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런 말을 들었어요. 왜 이렇게 불안해하냐는 말.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나는 사랑을 탐하려는 욕구를 이기지 못해, 결국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는 것을요.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고, 나만을 바라봐주는 것만이 온전한 사랑방식이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욕심은 마치 지구의 중심을 향해 끌어당기는 중력처럼 나를 조금씩 더 깊은 곳으로 끌어들이고 있었어요. 그 깊은 곳에서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었고, 그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내가 원하는 것을 쥐기 위해, 계속해서 숨을 참아야 했다는 것을요.
다시 한번, 제대로 마주했습니다. 감정의 웅덩이를 들여다보니, 어느새 파도는 잦아들었어요. 깊은 곳의 불꽃도 조금씩 사그라들었죠.
질투를 내려놓고, 내가 상대를 사랑해 마지않는다는 것을 인정했을 때, 비로소 닻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괴로움의 상태에서 견디지 않아도 됐어요. 이제 드디어, 함께 나침반을 바라보고 항해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스토리콜렉터의 이야기 > 도깨비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의 빈자리 (0) | 2025.01.02 |
---|---|
도깨비의 하루: 첫사랑의 찬란한 순간 (0) | 2024.12.18 |
도깨비의 하루: 소소한 행복을 놓치는 순간들 (1) | 2024.11.11 |
도깨비의 하루: 그리움의 뒷이야기 (0) | 2024.10.27 |
바스락한 그리움, 가을 캠핑 이야기 (8) | 2024.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