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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콜렉터의 이야기/도깨비의 하루

그리움의 빈자리

주인도깨비 2025. 1. 2. 10:30

아침, 눈을 뜬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잠이 덜 깬 채로 손목에 묶인 시계를 보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흘러가는 시간이 제겐 닿지 않아요. 연보랏빛과 살구색, 그리고 분홍빛이 뒤덮인 특별한 시간은 지나갔고, 눅눅하고 어두운 시간에 휩싸여 있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나가길만을 바라며, 그저 그 자리에 머무르는 중이에요.

 

 

 

 

그리움의 중심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면 차가운 겨울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듭니다. 언제나처럼 혼자 있는 방이지만, 더 크게 드리워진 그림자들이 방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버티기 힘들어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창문을 통해 그림자로 변하고, 그 그림자에 닿을 때마다 나를 잃어버려요.

 

그림자를 붙들어보려고 해도, 잡을 수 없습니다. 마치 내가 사는 세상에는 평새 빛이 드리우지 않을 것이라는 듯 고통스럽게 괴롭힙니다. 그림자는 나를 계속해서 잡아끌면서도, 내가 잡으려고 하면, 기대려고 하면, 그대로 나를 덮칩니다.

 

 

 

책상 위의 흔적

 

오랜만의 샤워에 잠시 현기증이 났어요. 책상 끝을 겨우 붙잡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해처럼 빨간 빛들이 낭자한 책상 구석에, 내 마음이 구겨져 있었습니다.

 

눈물이 떨어져 있기도 하고, 또 짙은 고민이 퍼져 있기도 했어요. 애써 덮어두었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며 벼락처럼 내려쳤어요. 찢어진 종이들을 뒤적거리다,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흔적이 날카롭고 잘게 부서져 가슴을 후벼 파는 듯했어요. 여전히 그리움의 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할 뿐,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찾기 위한 여정

 

밖으로 나가 거리를 걸었습니다. 햇살 아래서, 나의 사람을 찾기 위해 애썼습니다. 정확히는 비슷한 사람이죠. 햇살에 비치면 고운 갈색으로 반짝이는, 부드러운 웨이브 머리를 가진 사람. 깨끗하고 투명한 피부에 달콤하고 은은한 꽃 향기가 나는 사람. 편안하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사람.

 

거리에서 계속 찾으려 애쓰지만, 결국 완전한 사람, 더 나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결국 나에게 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나는 찾는 것 외에 답을 찾지 못했어요. 사실을 인정하려 해도, 그리움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메우기 위한 발악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간신히 집에 도착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방 한 구석에 앉았습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말이죠. 손끝이 떨리고, 그 끝은 나를 향해 있었습니다. 내 몸이, 내 마음이, 내가 망가졌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그 손을 잡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그래요. 저는 결국 빈자리를 메우려 발악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뻥 뚫려 버린 이 곳을 메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워져야만 새롭게 채워진다는데, 어떤 것들로 채워나가야 할지부터 막막합니다. 전 아직 그리움 속에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나 봐요.

 

 

 


 

모래알을 씹는 것처럼 입 안이 까끌거립니다. 한 움큼정도 되는 울컥거림을 간신히 꿀꺽 삼켰어요. 그리움도 삼켜버리고 싶었지만, 삼키기엔 아직 너무 큰 것 같아요.

 

밤은 깊어가니, 차라리 꿈을 꾸려고 합니다. 어차피 현실에 없을 일이라면, 꿈에서라도 만들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