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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콜렉터의 이야기/도깨비의 하루

밤하늘의 이야기, 별빛 아래에서

주인도깨비 2025. 1. 15. 10:30

별이 속삭이는 밤이었죠. 그날 밤, 하늘에는 별이 유난히도 밝게 빛났던 것 같아요. 아름다운 광경과 대조되는 제 처지가 한심했어요. 감정이 어깨를 짓누르고, 아무도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 같았죠. 저 별들은 묵묵히 빛을 내고 있고, 저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었어요. 우연일지 필연일지 모르겠지만, 문득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별빛 아래에서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 같았죠. 버둥거릴 때마다, 끈적거리는 줄에 갇혀 숨을 내 쉬는 게 힘들었어요.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지만, 실패했던 일들, 돌아갈 수 없는 관계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외로움의 끝이 궁금했어요. 별빛은 제 상처를 더 면밀히 들여다보길 원하는지 크게 빛났고, 한동안 그 앞에 벌거벗은 기분으로 서있었습니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도망갈 수 없었어요.

 

별들을 올려다보며, 그 빛은 어떻게 낼 수 있는 건지 묻고 싶었어요. 어떻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지, 아프거나 지칠 때는 없는지 궁금했어요. 지금 제게 어떤 꿈을 꾸냐고 묻냐면, 어떤 빛을 내고 싶냐고 묻는다면, 저는 빛이 아닌 짙은 향내를 갖고 싶다 말하겠어요. 제 소망이 별빛에 섞인다면 짙은 향내를 가질 수 있냐고 말이죠.

 

 

 

 

기다림과 인내

 

별들은 수천 년 동안 그 자리에서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더 큰 상처로, 핏빛 대신 빛을 내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그저 그 자리에서 찬란히 빛날 뿐이죠. 모든 질문에 항상 묵묵히 빛으로 답할 뿐입니다.

 

제 삶의 어두움을 인내하고자 한다면, 정말 몇백 번의 밤을 지새워야 할까요. 고통이 저를 옭아맬수록, 제 슬픔이 빛으로 산란되려나요. 어쩌면 빛의 재료는 눈물일지도 몰라요. 그렇게 인내하고 있지만 저는 견딜만하지 못해요. 궁지에 몰렸습니다.

 

 

 

 

고통의 무게

 

저는 사실 고통을 사랑하고 있어요. 보통의 사랑이 아닌, 특별한 사랑을 하기에 그 무게를 견뎌야만 하는 거겠죠. 별빛 아래에서는 빛과 어둠이 엮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상실의 두려움, 그리움, 불안,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모든 것을 들키는 겁니다.

 

사랑의 본질에 한 발짝 다가가기도 전에, 깊은 심연에 부력이 아닌 중력의 무게를 느끼고 있어요. 불완전하고 보통의 모양이 아닌 제 형체는 저 밑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있습니다.

 

 

 

 

품는 방법

저는 이제 모든 것을 품으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끌어안기 전, 마지막 발악을 하는 중입니다. 숨 막힐 듯 아스라한 추억들도 보따리에 잘 욱여넣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저를 망가뜨리지 않고, 아니 이미 너덜거리는 망가진 모습이라도 잘 챙겨 입고, 날갯짓을 해보려고 합니다.

 

결국 이 날갯짓은 추락을 향해 펄럭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추락도 그리고 상승도 모두 같은 하늘 아래겠지요. 저는 저만의 마지막 날갯짓을 위해 모든 것들을 품으려 합니다.

 

 

 


아마 제게 남은 것은 내가 가야 할 길 뿐입니다. 이 길의 끝에는 아무도 있지 않을 테고, 이 길 또한 홀로 묵묵히 걸어가야만 하겠죠. 생각해 보면 별 또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홀로 오롯이 빛나고, 또 오롯이 빛을 흘린 것일지도요. 아마 이 길의 끝엔 저도 빛을 흘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희미한 빛이 아닌, 누구보다 새빨간 빛을요. 사랑의 붉은빛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