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룩한 시작, 원래 일이 시작되기 전이 가장 설레는 법이죠. 거리마다 반짝이는 조명은 마치 사람들의 마음속의 빈 공간을 비추는 듯합니다.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동일 선상을 향해 있지 않을 때, 상대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할 때, 안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어요. 겨울밤, 난데없이 피어나는 안개처럼 감정이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고, 안갯속을 헤매면서도,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입꼬리 낚시 님의 눈빛이 잠시 다른 사람을 향할 때, 내 마음도 상대를 따라잡으려 무던히도 애썼습니다. 나의 끓어오르는 열정만큼, 당연히 상대도 나를 그만큼 사랑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확신이 점차 쇠약해질 무렵, 불안이라는 씨앗이 바람에 나풀거리며 제게 떨어졌습니다. 그 씨앗은 금세 자라 불안의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