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최근에 나는 재밌는 영상을 봤어요. 거기서 큰 남자인간이 이런 얘기를 하던데, [악재가 악재가 아니고, 호재가 호재가 아니다.] 깊은 공감을 했어요. 모든 고난과 고비에서 멈춰버리면 안 돼요. 물론 거미줄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할 때도 있죠. 움직이려고 해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끊임없이 당겨지는 그 실에 얽혀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때 말이에요. 그런 마음, 나도 이해해요.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도, 숨을 쉬는 것조차 벅차게 느껴지는 그 무게를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주,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겪고 있는 이 시간은 필연적으로 당신에게 찾아온 일이에요. 우린 모두 인생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시련들을 피할 수 없죠. 어느 순간, 그 거미줄이 누군가에게 던져진 이유는 반드시 그 끝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예요. 마치 어두운 밤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빛을 찾아 헤매는 별처럼, 이 과정은 결국 영주가 더 강해지고 빛을 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지금 제 말이 믿기진 않겠지만, 영주가 제게 지금의 괴로움이 참을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제 답은 당연히 그렇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인간들은 고통의 끝을 알 수 없기에, 아픔이 지속되는 것에만 집중하죠. 그런데 영주, 생각해 봐요. 고통과 괴로움은 삶의 도처에 깔려있어요. 그것이 얼마큼 끈적거리는지는 밟은 인간만 알 수 있죠. 무슨 신발을 신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끈적거림도 다르게 느끼기도 하고요. 그래요. 고통이 지나가면 편안해질 거라는 둥,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둥 식상한 이야기는 집어치울게요. 영주, 제발 그 자리에서 웃음 지을 수 있는 연습을 하세요. 그래야만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어요.
아직은 숨쉬기조차 벅차다면, 그때가 오기 전,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고 웃을 힘을 모아봐요. 영주를 둘러싼 그 어둠과 거미줄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봐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영주는 그럴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에요. 영주, 전 영주가 좋아요. 애틋해요. 영주는 나를 모르겠지만, 영주를 이유 없이 사랑하는 이도 있다는 것을 알면 좋겠어요. 닿지는 않겠지만 남몰래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영주, 당신의 앞날에는 밝은 날이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그 길의 잡초를 뽑고 있어요. 영주의 깊은 밤의 하루를 맞닥뜨리는 건, 어쩌면 영주가 빛나는 작은 별이라서 그럴지도 몰라요. 영주는 영주를 믿지 못하지만, 저는 영주를 믿어요. 영주가 짙은 밤의 끈적거리는 거미줄의 늪에서 지쳐갈 때,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당장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내 맘을 알까요. 영주가 벗어나길만을 기다리며, 조금 기운을 차리기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잡초를 뽑아요. 예쁜 꽃도 심고요. 이런 내가 부담스러울까 봐 나는 여전히 저편에 있어요.
영주를 기다리며,
도깨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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